일기

콘서타 27mg 2일차 (07.17.20)

dalpina 2020. 7. 18. 01:21

공부나 책 읽기 같은 높은 집중력을 요하는 행위에 단 1분도 집중하지 못하는 상황이 5년 넘게 지속되었고 코로나를 피해 한국으로 들어온 김에 모든 건강 상태를 체크하기로 했다.

유학생활을 하는 중에 생긴 생리불순, 부정출혈과 항문으로하혈하는 등(똥꼬로 생리하는줄 알았음;)의 현상은 우선 다낭성 난소 증후군이라는 처참한 몸의 결과로 밝혀졌다. 항문으로 하혈하는건 치질이라고 잠재적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병원은 가지 않을 예정. 그냥 증상이 생길때 마다 약국에서 파는약으로 대충 치료하려고 한다. 항문검사는 내게 질 검사보다 더욱 수치스럽게 다가오기 때문에 왠만해서는 병원으로 검사받으러 가기 싫다.

1학년 초반에 불안증과 약한 공황 상태로 학교 상담서비스를 이용한 적이 있고 학업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난 우울증이 도진줄 알았다. 근데 지내다 보니까 또 나아져서 상담도 그만두고 공부에만 몰빵했었다. 그럼에도 나아지지 않는 나의 학업 성적...(GPA 0.2점 밖에 안올랐음) 어디서 주워들은건 있어서 내가 ADHD인가 아니면 다른 정신질환으로 인한 증상인가 헷갈려서 테스트 받아봐야지 하던걸 잊고 한국와서 2달간 실컷 빈둥되다 여름학기 시작되서 공부집중 1도 못하니까 정신과에 가기로 결정했다. 

사실은 예전에 다니던 동네 병원으로 가려고 했는데 엄마가 그곳 별로라고 질색을 하는 바람에 다른 동네에 있는 병원에 가기로 했다. 남자 담당의사는 3년여만에 처음 진료 받아봤는데 음...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나에게 너무 극존칭을 쓰고 과하게 조심스러워해서 내가 어쩔줄을 몰랐다. (그리고 선생님 제발 목소리 크게 내주세요. 안들려요) 초진 환자에게 내어주는 간단한 5장가량의 테스트를 하고 ADHD 측정을 하는 CAT 테스트를 봤다. 결과는 ADHD로 판명...

20대 후반을 향해 달려가는 나이에 내 집중력 결핍의 원인이 ADHD였다는게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근데 뭐 워낙에 충격에 내성이 강한 타입이라 '그럼 치료받아야지'하는 생각 외엔 별다른 느낌이 없었다. 선생님은 우선 콘서타 18mg을 처방해 주셨고 일주일을 먹어본 결과 약을 먹기 전과 별 차이가 없었기 때문에 27mg으로 늘렸다. 늘리는 김에 내가 짜증이 늘었는데 이게 다낭성 난소 증후군 치료제로 먹는 야즈의 한달 기간이 거의 끝나가고 생리 직전이라 그런지 아니면 약의 부작용 때문인지 모른다고 해서 생리전 증후군 약도 같이 처방해 주셨다.


콘서타 27mg 복용 1일차

  잠에선 깬 직후 (약 복용 전) 

  • 의욕 없음
  • 침대에서 일어나기 전까지 대략 3시간 걸림
  • 오전 11시~오후 12시 사이에 늦은 아침 이후 복용

  복용 후

  • 입맛 없음
  • 밥을 먹으면 반 이상 남기나 3~4시간이 지나면 속이 쓰려서 밥을 또 먹게 됨
  • 오후 7시쯤 약효가 너무 쌩쌩하게 돌아서 모든 이미지가 뚜렷하게 다가왔다
  • 졸린건 전보다 덜하지만 피곤함은 약 먹고 4~5시간 지날 때 까지 계속됨
  • 집중력: 산만하게 모든걸 다 하려는 경향은 여전하고 5분이상 집중 못하는건 여전함
  • 8시쯤 공부를하려 했으나 이번엔 글자가 너무 선명하게 보여서 집중을 못함
  • 퇴근한 엄마의 말에 따르면 평소보다 말이 많았다고 한다
  • 소화불량이 심해져서 불쾌했음. 

  복용 후 12시간 뒤

  • 12시간이 지났는데도 약효가 도는 것처럼 느껴짐
  • 잠을 못잠 (저녁에 먹는약이 따로 있는데 이 약을 먹고 나서야 잠들 수 있었음)

복용 2일차

생리 전 증후군에 먹는 약이 우울증 치료에 쓰이는 약과 동일하여 복용 2일차 부터는 먹지 않기로 했다. (현재 우울증 외 다른 정신질환이 없어 부작용이 생길까봐 ADHD 치료제 이외의 약물은 먹고싶지 않다)

 잠에선 깬 직후 (약 복용 전) 

  • 의욕이 심히 없음
  • 우울감이 심하여 오랜만에 우울증 때의 기분을 느낄 수 있었음
  • 약을 먹고나면 입맛이 없어 밥을 먹고싶지 않기에 아침을 먹고 복용하려 노력중. 오전 10시 30분경 복용

  복용 후

  • 복용 직후는 약효가 바로 돌지 않아 공부를 하려 하면 난시처럼 글자가 이중으로 겹쳐 춤을 춤 (책을 읽을 때 윗줄과 아랫줄의 문장을 섞어서 읽기 일쑤임)
  • 입맛 없음
  • 근데 워낙 평소에 밥을 잘 먹었던지라 밥 한그릇을 비우고 나면 입맛돌아서 김 한팩씩 더 먹었음 (입으로 밥을 넣기 전까지가 오래 걸려졌을 뿐임)
  • 시각적 각성이 정말 뛰어나서 안경 벗어도 될것 같았음 (실제로 벗으면 안보임)
  • 졸려서 오후 1시~2시 사이에 1시간 정도 잤고 30분 간격으로 알람을 맞춰놔서 깼음. 그러나 1시간 이상 낮잠 불가능
  • 낮잠 직후 가슴 두근댐이 심해졌으나 이는 평소에도 가끔 있는 일이라 대수롭지 않았음
  • 입마름
  • 안구 건조
  • 핸드폰 과몰입이 강화됨
  • 공부는 평소보다 집중력이 길어져서 좋았으나(15분정도 집중) 여전히 멀티플레이를 즐김
  • 오후 6시쯤부터 뒷머리가 당기면서 두통 발생. 7시에 피임약이랑 두통약 같이 복용 후 나아졌으나 다시 9시쯤 재발
  • 두통이 시작되면서 몸에서 열이 나기 시작 (겉 체온이 아닌 속체온. 혼자만 더움)

  복용 후 12시간 뒤

  • 지금 새벽 1시 넘었는데도 완전 쌩쌩해서 이 블로그 쓰는데 1시간 소비했음
  • 약 기운이 사라질 즘 해서 허기가 몰려왔으나 폭식정도는 아니고 밥먹고 싶다여서 빵 반조각 먹음 (집에 밥 없음)
  • 두통/뒷목 당김 사라짐
  • 약효 사라질 즈음에 바닥에 누워서 눈감고 있으면 고양된 느낌을 느낄 수 있어서 기분 좋음
  • 불쾌함과 우울감이 같이 찾아옴 (그러나 울 정도는 아님)
  • 왜인지 억울함 (아직 저녁 약 먹기 전임)

원래는 열흘 뒤에 병원에 재방문 하기로 했는데 다시 전화해서 예약 시간을 바꿔야 할 것 같다. 아무래도 27mg은 나한테 강한것 같다. 내 몸이 워낙에 약발이 잘 받는 몸이기도 하고 카페인이나 니코틴에 대한 반응도 과하게 올라왔었기 때문에 몸이 쏟아지는 도파민에 적응을 못하는 듯. 그리고 성적표 확인해 봤는데 World Religion 교수 개짜증난다. 내가 기독교인데 뭐 잘못 썼다고 25점 만점에 18점 받아서 순간 열받음. 약발 마지막 때쯤이라 그런지 스트레스도 확 올라서 모니터 부술 뻔 했다. 내가 다른 학생 종교나 요약본 비난한 것도 아닌데 7점이나 깎냐 너무하잖아.

다음주엔 트라우마 관련해서 상담을 받아보기로 했다. 트라우마 상담은 처음인데...예전 상담은 우울증을 주로 다뤘다면 이번엔 트라우마다. 평소엔 괜찮은데 기억이 문득 올라오거나 연관 단어/물건 보면 트리거 눌려서 불안증 도진다. 유학할 때도 트라우마 때문에 불안증 도져서 상담 받았는데 거기도 돌팔인가 불안증만 다뤘음. 결국 자가치유하고 관뒀고...이번엔 효과가 어느정도 있길 바란다.

오늘 하려는 과제 하나도 못했다! 내일 일찍 일어나서 후다닥 해야지. 요즘 느끼는건 ADHD건 뭐건간에 콘서타는 나의 집중력 유지에만 도움을 줄 뿐 내가 2n년간 가져온 생활 습관은 고쳐주지 못한다는 거다. 그 습관을 고치려는 것은 내 의지와 노력으로 해 나아가야 하는거고 약물은 내 의지를 유지해 주는 용도라고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내가 아직 과제든 일이든 몰아서 하는 습관을 못고쳤다. 정신지구력이 1 정도는 올랐으니 앞으로 습관을 고쳐나아가도록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