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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아

우울감이 쓸려올때 본문

쓰레기통

우울감이 쓸려올때

dalpina 2021. 3. 9. 05:03

아마도 약물 부작용이겠지

증세가 조금 나아지면 약을 끊고 우울증과 불안증이 올라오면 다시 약물을 복용하는 패턴은 완치에서 나를 더욱 멀리 떨어뜨려놓는다는걸 알지만 그럼에도 약물에 대한 불신과 불안에 기반한 약물의존이 나를 줏대없는 환자로 만들어버린다. 약을 복용하고 30분~1시간 가량은 너무나 졸려서 자지 않으면 울고싶을 정도였다. 그런데 눈을 감아도 정신은 또렸하니 너무나도 억울한 것이다. 그러다 약물이 효과를 내기 시작하니 세상이 선명해지고 잠도 사라졌다. (피곤한건 그대로다.) 

영문을 모를 슬픔이 마음을 채워오는데 그 슬픔의 출처를 모르겠다. 이제 가족들은 회복세에 들어가고 나도 안정을 찾아가고 과거는 더이상 나에게 위협하듯 찾아오지 않는데 아직도 마음속에서는 어떠한 응어리가 있길래 가끔씩 안부를 묻듣이 고개를 내미는걸까.

내 주변의 친구들은 감정적으로 더욱 결속이 되어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다. 거리를 두는 법을 배워서 과도한 욕구로 인한 서운함이나 외로움은 줄었다. 한마디로 아쉽지 않은 상황인데, 나는 무언가 결핍이 되어있는걸까.

머리의 단어와 이야기가 서로 꼬리를 물고 이어져 다양한 소리가 뒤엉켜있다. 나는 이걸 풀어낼 재주가 없으니 그저 그 이야기들을 늘어놓는것 밖에 하지 못하겠다.

25살이 넘어가면 신체적으로는 성장을 최종적으로 마치고 정서적으로는 자신만의 기준이 확립이 되어 안정이 되어가는 시기라고 한다. 아직도 나는 고등학생에 머물러있는것 같은데 3자의 시각으로 나를 바라보면 고등학생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상당히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고 사상도 다르다. 성격도 아마 변했을 것이다. 나는 변하지 않았다고 믿었는데 변했다. 하긴 시간도 변하는데 유한한 사람이 변하지 않을리가 없다.

인간과 인간의 관계-특히 연인/배우자 관계는 모든 관계중에서 특별한것 같다.

나는 친구와의 우정을 유사연애라고 보는데, 그만큼 나도 상대방도 서로에게 충실하며 100%는 아니지만 아쉬움 없이 최선을 다해 지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중고등학교때엔 베프와 내 사이를 사귀는 사이라고 착각하는 주변 사람들이 많았다. 여튼, 그렇다면 연인과 친구 사이의 다른점은 무엇일까? 섹스를 하냐마냐? 그건 너무 1차원적이고 신체적 관계만 조명한 것이다. 만약 내게 섹스프렌드가 있다면 그 사람은 나에게 연인인가? 당연히 아니다. 그러므로 섹스유무는 친구와 연인의 구분 조건이 아니다. 

그러면 무엇일까? 나는 결핍을 채워줄 수 있느냐가 친구와 연인을 가르는 기준점이라고 생각한다. 개개인마다 겪은 역사와 성격이 다르므로 결핍도 다양하다. 내가 말하는 결핍이란 단순한 욕구나 부족한 점이 아닌 친구나 가족 관계에서도 채울 수 없는 허무하고 아쉬운 무언가라고 본다. 나는 그 결핍을 아마 연인을 만나기 전까지 모르거나 알아도 채워지지 않을것이라고 여겨 포기하고 있을 것이다. (왜냐면 친구나 가족과 이야기를 나누어도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이기 때문에 포기함을 학습한 것이다.) 그러다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누군가가 그 결핍을 채워주고 아쉬웠던 무언가를 가지고 나에게 주는 것이다. 나는 그걸 연인이라고 본다. 

그럼 친구는 뭘까..다들 가족이나 연인관계에대해 고찰은 많이 하는데 친구에 대해서는 고찰을 많이 하지 않는거 같다. 나에게 있어서 친구에 대한 정의는 명확하게 내릴 수 없는 대상이다. 누군가에게 소개해서 나 이외의 친한 사람을 만들지 말았으면 하는 집착과 소유욕을 느끼게 하고, 내가 해줄 수 있는 모든걸 줘서 항상 즐거웠으면 좋겠고, 슬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를 성찰하게 하고 배려를 가르치고 감사함을 느끼게 해 주고 그와 동시에 관계의 단절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대상인데 이런 관계를 나는 친구라고 정의하고 있다. 아마 그래서 내가 친구가 적은가보다. 이런 대상이 많으면 아마 나는 퍼주다 말라 죽겠지. 내가 이렇게 생각해도 상대방은 나를 이렇게 생각해주지 않을거란걸 안다. 그에 대해 서운함을 느끼기도 하는데 인간인 이상 어쩔 수 없는 감정이다. 

어릴땐 친구가 세상의 전부였는데 지금은 내 재산같다. 그만큼 귀하단 뜻...

요즘 조덕배의 그대 내맘에 들어오면 이라는 노래를 듣는데 이젠 이 노래를 하루라도 안들으면 하루를 시작할 수가 없다. 내 멘탈 건강 상태에 따라서 듣는 노래가 달라지는데 최근엔 옛날 노래나 인디밴드를 더 많이 듣는거 보니까 봄을 타나? 싶기도 하다. 그만큼 요즘은 슬픔을 곱씹고 있다.

나는 우울을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울은 창작의 원동력이며 창의력의 발화점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울증은 이 우울이 정도를 넘어가 나를 집어삼키는 상태이다. 수몰되면 나는 우울에 질식해 죽는거고 영원히 우울과 살겠지. 하여간 요즘 우울하긴 한데 그냥 노래나 들으면서 동고동락하는 정도이다. 그리고 약을 먹으면 증폭되는거고...그런 날은 하루종일 아무것도 못한다. 약물 부작용 적당히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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