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아
사람이 좋은데 사람이 무섭다 본문
엄청 우스운 말이지만 내 인생 전체를 통틀어 형성된 내 성격은 사람을 좋아하면서도 꺼리는 것이다.
살아오면서 긍정적인 관계보다 부정적인 관계를 형성한 적이 더 많아서 그런걸까 인간불신이 생겨버린지 오래다.
심할때는 약한 공황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음..되게 심각한 것 같지만 의외로 어울릴 땐 어울린다.
상담선생님은 내가 어릴때부터 불안한 가족관계 (불안정한 애착관계)를 맺고 성장의 과정마다 배신과 상처를 받아서 형성된 성질이라고 하셨다. 그래서 항상 만성 불안에 시달리고 성인이 되자 터져버린 것이라고 하셨다.
현재까지 성장해온 발자취를 더듬어가 보면 나의 어린 시절은 불안정했고 청소년기엔 우울과 분노로 뒤덥혀 있었고 20대 초반은 불신으로 가득차 있었다. 이곳에서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기대할 수 있을까? 그렇기 때문에 나는 사람을 믿지 않고 약을 믿는다.
내가 약을 먹는 것은 별다른 이유가 없고 안정감 때문에 먹는 것이다. 약을 먹음으로써 나에게 문제가 있고(오류1) 치료를 받고 있다(오류2) 라고 느끼는 자기만족에 불과한 것이다. 솔직한 심정으로 나는 내 뇌에 신경전달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약은 그저 내 불안한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 아마 내가 위약을 알고 먹었어도 약을 먹는 행위를 함으로써 나는 위안을 받았을 것이다.
정신질환의 일종이라고 봐도 좋고 잘못된 신념이라고 칭할 수 있을 정도로 나는 내가 아프다는 것을 병원을 통해 공식적으로 확인 받는게 좋다. 그 공식적인 발표 안에서 나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 까방권 획득" 을 공인 받은 것이라고 느껴진다. 이것이 건강한 방식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처음엔 그 싸구려 동정심이라도 받으려고 바락바락 아픔을 티냈으나 후엔 내 질병을 이유로 정상의 범주에서 제외됨을 두려워 한다.
나의 인간관계는 동정심으로 이루어져 있고 서로의 상처를 핥아주는 개들처럼 연민을 하는 처지의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나는 전진을 할 수 없고 제자리에서 빙빙 돌기만 한다. 그렇기에 나는 동족혐오가 강하다.
타인을 온 심장을 다해 좋아해 본 적이 있던가? 다 주고싶어 어쩔줄 몰라한 적은 많다. 그럴 때 마다 나는 나의 모든것을 내놓아 주었으나 돌려받은 적은 없었다. 받은적이 없기 때문일까 나의 이러한 헌신적인 마음은 한달이상을 간 적이 없었다. 나이가 들 수록 정리하는 시간이 짧아져 이제는 일주일이면 헌신을 그만둔다. 현실을 자각했기도 하고 기대하는 마음도 없어졌기 때문에 내가 설레함을 인지한 순간부터 마음 정리에 들어가게 된다.
마음의 평안을 얻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불안하기에 결핍된 내 마음은 항상 공허하고 공허하기에 다시 불안하다.
가끔은 그 공허함이 내 모든 사랑과 설렘과 행복을 삼킨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행복해도 부족하고 누군가를 좋아해도 부족하다. 그 구멍이 메워지는 날이 있을까?
나의 마음을 이해해 주는 것도 사람이고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사람이다. 나를 믿어주는 것도 사람이고 배신하는 것도 사람이다. 살아오며 칭찬보다 비아냥을 많이 들어서 그런걸까 나는 지구를 떠도는 외행성과 같은 존재로만 살아간다.
음...짧게 쓰려고 했는데 어쩌다보니 이야기가 길어졌다. 민망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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