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일기 (3)
달리아

아마도 약물 부작용이겠지 증세가 조금 나아지면 약을 끊고 우울증과 불안증이 올라오면 다시 약물을 복용하는 패턴은 완치에서 나를 더욱 멀리 떨어뜨려놓는다는걸 알지만 그럼에도 약물에 대한 불신과 불안에 기반한 약물의존이 나를 줏대없는 환자로 만들어버린다. 약을 복용하고 30분~1시간 가량은 너무나 졸려서 자지 않으면 울고싶을 정도였다. 그런데 눈을 감아도 정신은 또렸하니 너무나도 억울한 것이다. 그러다 약물이 효과를 내기 시작하니 세상이 선명해지고 잠도 사라졌다. (피곤한건 그대로다.) 영문을 모를 슬픔이 마음을 채워오는데 그 슬픔의 출처를 모르겠다. 이제 가족들은 회복세에 들어가고 나도 안정을 찾아가고 과거는 더이상 나에게 위협하듯 찾아오지 않는데 아직도 마음속에서는 어떠한 응어리가 있길래 가끔씩 안부를 ..

한동안 불안증세가 나아졌고 집중력 문제가 두드러지는 학업기간도 아니었기 때문에 ADHD와 불안증때문에 먹던 약물들을 저장만 하고 먹지 않았다. 그런데 유학생활을 다시 시작하면서 본과를 지원했는데 불합격이 떴고 작은 합격률을 보이는 waitlist에 넣어졌다. 계산을 해 보니 다음 학기에 본과 지원을 해도 합격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로 나왔다. 결국 나아가던 불안증이 팍 튀어나왔다. 약통을 열고 묵혀뒀던 약물들을 꺼내는데 ADHD치료를 위해 처방받았던 약이라 그런지 메탈페니데이트도 섞여있었지만 집중력 문제가 아닌 불안증 문제라 버리고 브렌텔릭스만 복용했다. 같이 있던 인데놀은 혈압약인줄 알고 버렸는데 알고보니 혈압약 겸 불안완화제 겸용이었다. 쩝 약 끊은지 3달이 넘었고 사실 약효를 바로 받는 체질이라 복..

일상을 지내면서 슬픔과 분노하는 장면과 말이 떠올랐고 그 뒤에는 후회가 따라왔다. 아직 나는 과거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자학을 해결책으로 삼는 버릇을 유지하고 있다. 내가 - 했다면, 내가 - 하지 않았다면, 내가 - 했기 때문에 나의 불행과 고통, 그들이 가했던 처벌은 합당하다는 괴랄한 논리가 굳건한 성이 되어 나를 가두고 있다. 어느정도 허물어진 성이지만 이따금 나의 정신은 그 성의 가장 깊숙한 지하, 고통과 슬픔이 불행을 연주하는 곳에 갇혀 음율을 베끼고 있다. 나는 초등학교 때 부터 플륫을 연주했었다. 방과 후에 연주하는 절친의 모습이 부러워 부모를 졸라 시작한 악기였다. 곧 그 친구가 플륫이 아니라 바이올린을 연주한다는 것을 알고 바꾸고 싶었지만 동시에 악기를 얻은지 얼마 되지 않아..